은퇴를 앞두고 있든,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든 노후자금은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한 막연한 불안감의 근원이다. 남들이 말하는 10억, 20억이라는 숫자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노후자금, 즉 나만의 숫자를 직접 계산하고 아는 것이다.
노후자금, 10억이면 충분할까?
많은 이들이 10억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노후자금의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개인의 소비 수준, 건강 상태, 은퇴 후 계획 등에 따라 필요한 돈은 천차만별이다. 또한, 화폐 가치를 갉아먹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현재의 10억은 20~30년 뒤에는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미국에서 유래한 4% 법칙(은퇴 자금의 4%를 매년 생활비로 사용하면 원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법칙) 역시, 투자 수익률이나 물가 상승률이 다른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남들이 정해준 목표가 아닌, 나만의 계산법을 가져야 한다.
나만의 은퇴 자금 직접 계산해보기: 4단계 로드맵
1단계: 은퇴 후 한 달 살기 비용을 예측한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은퇴 후 어떤 수준의 삶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과정이다.
참고 자료 확인: 2023년 국민연금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노년 부부의 최소 생활비는 월 198만원, 적정 생활비는 월 314만원 수준이었다. 개인의 경우 최소 124만원, 적정 183만원 수준이다. 이는 현재의 물가 기준이며, 나의 기준점을 잡는 데 참고할 수 있다.
나만의 생활비 목록 작성
고정 필수 비용: 주거비(관리비, 재산세 등), 공과금, 통신비, 보험료, 병원비 및 약값
변동 생활 비용: 식비, 교통/차량유지비, 생활용품비, 경조사비
여가/문화 비용: 여행, 취미 활동, 자기계발, 손주 용돈 등
이 항목들을 바탕으로, 이 정도는 있어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겠다(최소 생활비)와 이 정도는 있어야 여유롭게 살 수 있겠다(적정 생활비) 두 가지 버전을 모두 계산해본다.
2단계: 총 필요 자금의 규모를 파악한다.
한 달 생활비를 정했다면, 은퇴 후 총 몇 년을 살 것인지 예상하여 전체 필요 금액을 계산한다.
(월 생활비) x 12개월 x (기대수명 - 은퇴 연령)
예시:
월 300만원의 적정 생활비를 원하고, 65세에 은퇴하여 95세까지 산다고 가정.
은퇴 후 생활 기간: 95세 - 65세 = 30년
총 필요 자금: 300만원 x 12개월 x 30년 = 10억 8,000만원
3단계: 은퇴 후 고정 수입을 계산한다.
앞서 계산한 총 필요 자금을 모두 개인 돈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은퇴 후에도 들어올 수 있는 고정적인 수입 파이프라인을 계산하여 빼주어야 한다.
국민연금: 국민연금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예상 수령액을 확인한다. 부부라면 각자의 예상 수령액을 합산한다.
주택연금: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제도로, 중요한 노후 소득원이 될 수 있다.
퇴직연금 (IRP) 및 개인연금 (연금저축 등): 현재 납입하고 있는 각종 연금 상품의 예상 연금 수령액을 확인한다.
기타 소득: 부동산 임대 소득, 저작권료 등 기타 현금 흐름이 있다면 포함한다.
예시:
국민연금: 월 150만원 (부부 합산) -> 30년간 총 5억 4,000만원
개인연금: 월 50만원 -> 30년간 총 1억 8,000만원
총 고정 수입: 5억 4,000만원 + 1억 8,000만원 = 7억 2,000만원
4단계: 진짜 필요한 순수 노후자금을 계산한다.
이제 최종적으로 내가 은퇴 시점까지 모으고 투자해서 만들어야 할 순수한 자금의 규모가 나온다.
(총 필요 자금) - (총 고정 수입)
예시:
순수 필요 자금: 10억 8,000만원 - 7억 2,000만원 = 3억 6,000만원
즉, 이 경우 10억이 아니라 3억 6,000만원이 은퇴 시점까지 만들어야 할 나의 구체적인 목표 금액이 된다.
계산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변수들
물가 상승률 (인플레이션): 위 계산은 현재의 화폐 가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매년 2~3%의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제 필요한 금액은 더 커진다. 계산된 목표 금액에 여유를 더하거나, 투자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을 앞서도록 계획해야 한다.
투자 수익률: 순수 필요 자금을 단순히 예적금으로만 모으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연평균 5~8% 정도의 기대 수익률로 투자를 병행한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원금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건강 변수: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는 큰 목돈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손 보험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별도의 의료비 예산을 고려해두는 것이 좋다.
노후 준비, 얼마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막연하게 10억을 목표로 삼는 것은 안개가 낀 도로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오늘 알아본 방법으로 나만의 숫자를 계산하는 순간, 안개는 걷히고 목적지가 명확히 보인다.
정확한 목표 금액을 아는 것이 노후 준비의 첫걸음이다. 그 다음은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저축, 투자, 연금 활용 등)을 세우고,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이다. 노후 준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오늘 계산해 본 나만의 목표가 당신의 안정적인 노후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지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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